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과 관련한 미국 정보기관들의 견해차가 알려진 것보다 컸으며, ‘실험실 유출’을 홀로 주장하던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백악관 브리핑에 석연치 않은 이유로 초대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또다른 정보기관 소속 과학자들도 연방수사국과 같은 결론을 내렸으나 기관 최종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제외됐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현지시각) 당시 조사를 주도했던 연방수사국의 제이슨 배넌 박사를 인용해 “연방수사국은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유출됐다는 결론에 도달했으나 최종 대통령 보고엔 초대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정보기관들과 국가 연구소들에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이된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바이러스 연구를 광범위하게 진행하던 중국 연구소에서 유출된 것인지를 긴급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CIA, NSA, DIA, FBI 등의 정보를 취합 평가한 국가정보위원회(NIC)는 ‘낮은 신뢰도’로 코로나19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이되면서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연방수사국은 홀로 ‘바이러스가 연구소에서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신뢰도 역시 ‘중간 수준’으로 높았다. 그러나 배넌을 포함한 어떠한 연방수사국 관계자도 백악관 브리핑에 참석하지 못해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배넌은 월스트리트저널에 “팬데믹의 출처에 대한 분석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신뢰도를 표현한 유일한 기관이 우리였다”며 “백악관이 우리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배넌 박사는 미생물학 전문가로서 연방수사국에서 20년 이상 생물학 무기 등을 연구했다.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지지한 다른 정보기관 소속 과학자들도 있었다.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일부인 국가의료정보센터(NCMI) 소속 과학자 3명도 코로나19가 실험실에서 조작된 바이러스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이 분석은 모 기관인 국방정보국의 평가와 상충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출된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과학자 3명은 유전자분석을 통해 인간 세포에 침입할 수 있도록 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 구조가 2008년 중국 과학 논문에 소개된 기술로 제조됐다고 판단했다. 국방정보국(DIA) 감찰실은 올해 봄 해당 과학자들의 평가가 부적절하게 처리되었거나 은폐되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거로 알려졌다. 국방정보국은 월스트리트저널의 확인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시 연방수사국의 결론이 백악관 브리핑에서 제외된 배경에 과학계의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5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가 중국 실험실에서 기원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만 정보가 너무 민감해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비판자들은 백악관이 팬데믹 부실 대응에 비난을 회피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2020년 2월 20명 넘는 과학자들은 의학전문지 랜싯에 성명을 발표해 실험실 유출 가설을 음모론으로 규정하며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국제 협력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해당 성명을 작성한 과학자 중 1명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와 협력 관계에 있는 연구단체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지 5년이 지났지만 바이러스의 기원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은퇴한 배넌 박사는 ‘당시 보고 과정에서 제외된 증거들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출처: 한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