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유럽, 또다시 팬데믹 진원지 돼"..사망자 50만명 증가 우려
[경향신문]
방역 조치 완화·낮은 백신 접종률 원인
“우리는 또다시 진원지에 있다” 강조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유럽이 다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진원지가 됐다며 내년 2월까지 50만명의 사망자가 더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이어진 방역 조치 완화와 일부 국가들의 낮은 백신 접종률이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4일(현지시간) AP 등에 따르면 한스 클루게 WHO 유럽담당 국장은 이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 지역에서 확진자 수가 다시 기록적인 수준에 근접하기 시작했으며 전염 속도도 매우 우려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클루게 소장은 “우리는 또다시 (팬데믹의) 진원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WHO는 유럽 지역을 러시아,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를 포함해 53개국으로 분류한다. 클루게 소장은 이 지역의 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주보다 6% 늘어난 18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환자의 입원율은 두 배 이상 늘었으며, 사망자는 2만4000명으로 전주보다 12% 늘었다. 그는 이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유럽 지역에서 내년 2월까지 50만명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더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규 확진자는 최근 방역 조치를 완화한 국가들과, 낮은 백신 접종률을 보이고 있는 국가들에서 급증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은 이날 기준 3만3949명의 일일 확진자 수를 기록해 이전 최고치(2020년 12월, 3만3777명)를 경신했다. 러시아도 확진자 수가 지난달 28일부터 4만명을 넘기 시작해 현재까지 계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동유럽 국가 중 백신 접종률이 가장 낮은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는 이번주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사망자 수를 기록했다.
확진자가 급증한 국가들은 다시 방역 고삐를 죄고 있다. 벨기에는 지난 1일부터 마스크 착용과 재택 근무를 다시 권장하기 시작했으며, 네덜란드도 오는 6일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백신 패스를 다시 도입할 예정이다. 독일은 겨울 이전 바이러스 확산 방지 대책을 두고 이번주 보건당국의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60세 이상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의 외출 제한, 사업장 직원의 30% 이상 재택근무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어가고 있다.
WHO도 방역 조치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클루게 소장은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재발한 만큼, 모든 보건당국이 이 시점에 (방역 조치의) 완화 혹은 해제 조치를 신중히 재고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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